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찾아가는 그들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말이나 휴가가 아니라,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일을 놓지 않은 채, 방식을 조금 바꾸는 선택입니다.
정해진 사무실 대신,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들의 하루는 계속됩니다.
일과 삶의 경계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서의 이동입니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루틴과 혼잡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납니다.
단절이 아니라, 연결의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입니다.
인터넷은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때때로 그 연결이 사람을 한자리에 붙들어놓는다는 감각도 함께 남았습니다.
그래서 일과 거주를 분리하려는 선택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개념은 1997년, 일본 기술자 츠기오 마키모토가 처음 제시했습니다.
기술이 인간을 고정된 공간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됐습니다.
팬데믹 이후 이 생각은 구체적인 삶의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원격 근무는 일상이 되었고,
이동과 노동은 더 이상 반대 개념이 아닙니다.
어디에서든,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삶을 위한 기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거주지이자 커뮤니티인
디지털 노마드 마데이라를 운영합니다.
숙소와 코워킹 스페이스,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결합된 체류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은
한 달 기준 700~1,000달러로 생활이 가능하고,
비자 연장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매주 열리는 소규모 커뮤니티 모임과
일정 시간 운영되는 코워킹 공간이 정착을 유도합니다.
우붓은 조용한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적합합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자가 주도하며,
비자는 입국 후 30일 관광비자 발급 → 현지 연장 방식으로 최대 60일까지 가능합니다.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우붓을 단기 체류지로 선택하는 이유는
생활비뿐 아니라, 영어 사용이 가능한 상점·서비스 환경과
노마드 간 정보 공유가 활발한 점도 한몫합니다.
조지아의 트빌리시는 최대 1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공공 와이파이와 영어 사용률이 높습니다.
구도심의 고요함과 새로운 거주자들이 뒤섞이며
낯설지만 단절되지 않은 일상을 만들어냅니다.
트빌리시는 주거비용이 유럽 주요 도시보다 30~50% 낮은 편이며,
대형 코워킹 스페이스 외에도 소규모 공유 오피스, 노마드 전용 카페들이 꾸준히 운영 중입니다.
공공서비스 접근성도 뛰어나고, 현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비교적 원활해
비공식 커뮤니티 기반 연결도 잘 유지됩니다.
최근에는 조지아 정부가 외국인 장기체류자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 개발도 검토 중입니다.
장기 체류를 고려하는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국제 건강 보험과 같은 현실적인 요소도 중요해집니다.
어디에 있든 자신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자유로운 이동을 지속시키는 조건이 됩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직군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같은 원격 가능 직군뿐 아니라
블로거, 영상 편집자, 콘텐츠 기획자도 포함됩니다.
블로거는 도시에 따라 카페를 옮겨 다니며 글을 씁니다.
영상 편집자는 햇살이 잘 드는 시간에 맞춰 집중합니다.
업무 구조는 각자 다르지만,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 툴을 통해
콘텐츠 제작, 일정 관리, 협업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이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산성 도구도
각자의 방식에 맞춰 선택되고 활용됩니다.
고정된 팀 없이도 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각자의 도구와 루틴은 철저히 개인화되어 있습니다.
장소는 달라져도, 일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이 삶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자주 이동하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해야 하고
일과 생활의 기준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관계는 느슨해지기 쉽고,
고립과 피로는 가끔씩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요일이 사라지고, 시간 감각이 흐려질수록
삶 전체를 조율해야 한다는 부담은 커집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디에 있든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연습을 계속합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선택하고, 다음 자리를 계획하며 균형을 맞춥니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현실적인 삶의 구조를 구축해가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하루를 이어갑니다.
정해진 자리 없이 일한다는 것은
어디서든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신념을 품는 일입니다.
그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삶을 조율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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